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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똘망이와_행복한 일상

견디는 육아에서. 벗어나려 노력중-

 

100일이 훌쩍 지났다.

 

신생아때는 50일을 간절히 기다렸지만

100일전에 간간히 통잠도 잤고 급성장기로 추정되는 갑자기 많이 먹고 싶어할 때가 아니면

수유텀도 금방 3시간이되고 4시간이 되었고, 또 나름 순둥이였기 때문에

100일(정확히 말하면 엄마들이 많이들 기다리는 100일의 기적)은 그리 목빠지게 기다리지 않았다.

 

 

그런데 90일 즈음부터 지금까지-

정말 낮시간동안을 '견딤' 그 이상도 그이하도 아닌 시간들을 보냈었다. 

 

쪽쪽이를 물리든, 안아 재워서 내려놓든 어떻게든 누워서 잠을 재웠던 90일 안팎까진

그래도 그나마그나마 기분좋게 하루하루를 보냈었던것같은데..

갑자기 쪽쪽이 절대거부, 낮잠안잠, 낮잠 안겨서만 잠, 깨서 징징댐.의 반복이 된 순간,

육아로 점철된 나의 삶의질이 곤두박질 쳤고,

벗어나려 발버둥쳤지만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낮시간 신랑 출근할땐 보통, 아침 7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10시간 안팎을 혼자 오롯이 아기를 케어해야하는데..

정말 그시간들을 철저히 그리고 처절하게 견뎌내야만 했다.

 

 

게다가 바쁜. 점점더 바빠지는 남편.

남편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고 직장생활 외에도.. 시간을 내야만 하는 일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정말 최소한의 꼭 해야하는 것이아니면 그걸을 하는것이 견딜수가 없었다.

너무 힘이들어 남편이 퇴근하고 오는 시간이면 초단위로 시계를 보며 남편을 기다리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이런 생활이 숨막히는 상황.

 

그리고 주변인 (보통 친정엄마 그리고 가족들.. 가끔 놀러오는 지인들)들의

하나같이 이렇게 아기가 순한데 무슨 투정? 밤잠 그렇게 잘자는데 무슨?

이런 반응들은 내 마음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다시 겨울이되어 남편의 긴 휴식의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휴식은 개뿔.

엄청나게 바빴다. 매일 인수인계다 계획서 작성이다 뭐다 출근출근출근출근..

내가 임신중이었던 여름도 그리 바쁘더니... 이렇게 바빴던 적이 없으면서

애기 갖고 낳고 하는데 왜이렇게 갑자기 바쁜거야..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또 나를 엄청나게 속상하게 만들었던 일..

임신중에 했던 임산부요가가 너무 좋아서, 산후요가를 알아봤다.

꾸준히 운동을 하고싶어서.. 내가 체력이 되고 컨디션이 좋아야 아기를 잘 볼수있고

또 나도 하루 한두시간정도는 아기랑 떨어져서 기분전환을 하고싶어서..

 

원래는 1월시작하고 바로 등록하려 했지만 아기랑 남편을 단둘이

(그것도 저녁시간에! - 매우찡찡댐/그시간에 울음터지면 엄마가아니면 안달래짐) 남겨놓고

나혼자 운동하러가기가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아서 차일피일미루다 결심하고 가려했던 날,

남편의 퇴근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져 이런저런 이유로.. 운동을 가지 않았다.

 

 

그때 감정이 폭주하고 말았다.

 

내가 아기 키우려 휴직중이긴하지만 그래도 하루종일 아기를 케어하고있고

겨우 결심해서 운동을 시작하겠다는데 그거하나 시간 못맞춰주나.

나혼자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데,, 너무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감정이 폭발했다.

 

 

이런저런 다툼과 감정의 폭발을 몇번 겪은 후에 어제밤...

문득 이런 생각과 함께 내 마음을 어느정도 정리했다.

 

'남편은 나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24시간 육아를 해보지 않았으니까, 100일이 넘는 시간동안 장보러 가는것 외에

그 어떤 외출도, 모유만먹는 언제 엄마를 찾아 달래지지않는 울음을 터뜨릴지 모르는

아기를 떼어놓고 혼자 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으니까.

몇시간이고 연속으로 징징거리는 아기를 안고 어르고 달래보지않았으니까.

오늘도 아기의 징징거림과 울음과 잠과의 사투로 힘들었는데

내일도, 모레도, 그 다음날도 끝없이 그런날들이 이어지는 생활을 해보지 않았으니까.

 

어제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남편은 힘든 나의 감정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구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과 이해도가 나보다 더 높은 남편이라고 생각했고

가정적이고 자상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또 육아나 가정이 늘 다른 것들보다 우선함을 이야기해왔던 나와 남편이라

남편에게 이해받을 수 없고 공감받을수없다는 생각은 단1%도 하지않았는데,

내 기대감이 너무 지나치게 높았던걸까..

 

육아에 대해 지금 나의 생활과 힘듬에 대해 더이상 이해받기를 바라지 않기로했다.

 

 

 

반대로 남편의 지금 생활도 내가 완벽히 이해할수없겠지.

 

비슷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기때문에 남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도 남편의 업무량이 월등히 많았고,  

그리고 이제 나와는 조금 다른 길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지금의 바쁨, 압박감, 부담감 등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걸 완벽히 이해하고 감싸주지 못하고 있는것 같고..

완벽히는 무슨, 사실 나 살자고 바둥거리느라 거의 신경써주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것같다.

 

 

 

어쨌든.. 나는 이제 육아에있어서는 남편을 비롯한 타인의 이해를 바라지않고 홀로 서보려고한다.

어차피 날 좀 이해해달라고 소리치고 바둥거려도 이해받지못하는건 마찬가지...

어차피 오롯이 내 몫인 것을...

 

이해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바라는 부분, 필요한 부분은 정확히 부탁하고

알아서 해주기를 바라지않고 나 자신은 내 스스로 챙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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