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되고 보내는 6번째 명절.
그중 세번은 임신과 출산으로 빠졌으니, 사실은 세번째인 셈이다.
명절 대부분의 시간을 시댁의 큰집에서 보내는데, 사람도 너무 많고 정신이 없다.
사실 명절음식은 돕지않고 큰어머님들과 시어머니가 다 만드시고
명절전날 큰집에 한번 가서 인사드리고 내어주시는 과일먹고 앉아서 이야기좀 하다 돌아오고,
명절날도 차례만 참석하면 되고 사실 설거지같은것도 해본적이 없으니 몸은 편하지만..
이번엔 아기가 생기고 아기와 함께 처음으로 큰집에 가는 것이었는데, 정말 혼이 쏙 빠졌다.
남편과 나는 원래 5시쯤에 새벽같이일어나서 차례를 지내러 가야하는데
아기덕분에 (4번의 차례중) 한번 면제되고 느즈막히(라고해봤자 6시에 일어나서 7시 45분까지)
큰집으로 향했다. 그나마도 늦을까봐 노심초사하며 씽씽-
나는 큰집에가서 남편이 어느정도 케어를 같이 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가서 차례시작하니 나는 작은방에 아기와함께 갇히고 남편은 차례지내고 밥을먹더니
또 작은집에 차례를 지내러 떠나버렸다ㅠㅠ
밥먹을때마다 먹방찍는 똘망이는 오늘 왜인지 정말로 밥을 안먹겠따고안먹겠다고 버티고.
게다가 사촌형님 아가들은 계속 나에게 들러붙고 ㅠㅠ 정말 힘들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아기가 있는집이아니다보니 아기에게 위험한것들 투성이고
똘망이는 겁도없이 이것저것 다 만지고 다니고.. 나는 붙잡고 말리느라 정신이 없고..
겨우 1-2시간 남짓이기는 했지만 어찌나 힘들던지-
그러다 차태워서 좀 1시간정도 재우고 남편이 산소투어하는동안 작은집에서 놀고...
작은집을 이집저집 돌아다니다보니 남편이 오고 나는 해방되었다-
시댁에 들러 점심먹고, 오후에는 친정에가서 저녁을 먹고 우리 추석스케쥴은 이렇게마무리..
그리고 남편은 나에게 에스프레소휩이 올라간 녹차프라푸치노를 사주었다> <
사실 늘 별거 안하면서도 시댁과 큰집에 방문하고 많은(시댁)식구들과 마주해야한다는게
긴장되기도하고 조금 불편한것들이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게 명절인 것 같다.
늘 내가 제일 싫었던 건..
남자들은 티비앞에않아 허허실실 편하게 앉아있고,
여자들만 부엌에서 종종거리며 음식을 준비하고 날라야하는 것.
(심지어 음식만드는 추석전날엔 큰집에 남자들은 하나도 없음. 다 시집온 여자들뿐)
그러다 차례를 시작하면 자기들끼리 뭐 중요한거라도 하는 양 여자들은 다 어디숨어있는다.
부엌에 있든 오늘 나처럼 작은방에서 있든... 내 친가는 절은 다같이 했었는데..
그리고 여자는 절할때 꼭 긴치마를 입어야한다. 대체 왜죠??? 바지입으면 안되나.
오늘 바지를 입고갔었는데 어머님이 불편한 기색을 하셨었다...
아기보는데 긴치마입고 치렁치렁 불편해서 어찌 아기보라고 그러시는걸까-
그리고 정말 가장싫은건 밥상을 따로 차리는것. 남자따로 여자따로
남자는 넓직~~~~~한 큰상에서 차려주는 밥상받고 여자들은 따로 작은상에서 먹는다.
하... 이게 웬 말도안되는 상황인지.
그럼에도불구하고.
늘 나의 엄마와아빠에게 웃는얼굴로 편하게 대하는 아기때문에 같이있는시간이
엄청나게 늘었는데도 (도움받는 입장이긴 하나 사실 내부모아니니 불편할수도있는데)
늘 편하게 있는 남편때문에, 남자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명절이긴하지만
1년에 두번있는 명절, 1년의 대부분을 친정가족과 편하게 보내주니 명절에는
불평말고 확실히 남편마음편하도록 며느리도리를 하자! 다짐다짐 또다짐했는데도
울컥한 순간이 있었지만, 남편이 사주는 녹차프라푸치노와함께 사르르 사라졌다.
나는 이번에 결심했다.
나에게도 언젠가 제사와 차례가 생기겠지. 물론 큰집며느리는 아니니
증조부 고조부 조부모 제사는 없겠지만.
그때는 나는 정말로 단촐한 제사/차례상을 차리리라.
하면서 언젠가 본 어디 성씨의 종가집 차례상을 찾아봤다. 정말 간단해보여서
찾아보니 나주나씨의 종갓집 차례상.
이건 진짜 간단.
다 사고 밥과 국만 끓이면 될것같은 비쥬얼. 명절당일아침에도 준비할수있을것만 같다.
이건 좀.....그런가?? 싶어서 다시 찾아본 간단한 차례상
요정도 딱 좋다~ (네이버에서 가져온사진!)
과일 두세가지사고, 밤도 깐밤사고 곶감사고 떡도 따악 한접시만 사고!
전 1종 튀김 1종 내가 좋아하는 걸로~~ 육전과 새우튀김이 좋겠다.
나물은 금방하니 3종가능.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그리고 밥과국.
나에게 아들이 생긴다면. 제사를 넘겨주고싶지는 않지만
남편이 원한다면 부모님 제사는 기꺼이 지낼 생각이다.
단 상다리 부러지게 떡벌어지는 제사상을 차려낼 생각도 능력도 체력도 없을것같고.
딱 저정도면 좋을듯!
요건 추석 전날 큰집에 가져간 꿀찰빵과 모찌꼬.
오븐에 부속판을 찾았는데, 이 판을 찾은게 결과물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특히 모찌꼬가 저렇게 예쁘게 나오다니~~~ 감격^^
차례상에도 올라갔던 내 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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