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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양이와_ 280days

2015년 10월 2일. 그날의 기록.

 

내가 특별히 운이 좋은사람이라고도 또 운이 나쁜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데

나의 운은 임신-출산-(초기) 모유수유에 몰빵되어 있었나보다.

어쩌면 이 세 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딸의 출산은 엄마를 닮는다는 속설때문인지 (주변만 둘러봐도 전혀 그렇지 않은 케이스가 많다)

엄마는 첫임신의 유산끝에 나를 어렵게 임신해서, 임신을 어렵게 유지했었고

둘째까지 난산이기가 쉽지 않은데 엄마는 나와 동생을 모두 난산으로 낳았고

또 출산후 후처치가 잘못되어 수술을 반복했던 까닭에 모유수유도 자연히 멀어졌었다.

그래서 나도 분명 임신-출산-수유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했던것 같다.

 

특히 시어머니는 나의 출산을 엄청 걱정하셨(던것같)다.

임신의 전과정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음에도 배가 너무 많이나와서 혹시 조산할까봐 걱정하셨다고..

그리고 엄마가 나와 동생을 난산으로 낳았다는 이야기에 순간 표정이 굉장히 어두워지셨었다.

그래서 막달에는 조산하지않아서 기쁘다고 하셨었고, 또 틈나면 나의 순산을 빌어주셨었다.

 

어쨌든 결론은 첫아이 출산치고 매우 순산했다는것.

잊기전에 그날의 기록을 해놓는 것으로 ^^

 

 

10월 1일 예정일을 1주일 남겨두고 39주차(39주 0일) 정기검진을 했다.

그날따라 아침에 배가 뭉친다 싶더니, 태아안녕검사(태동검사)에서 규칙적인 자궁수축이 잡혔다.

그리고 진료보며 (나의) 예정에 없던 내진을 했다. (아팠지만 생각보다 어마어마하진 않았다.)

초음파상으로는 양이는 하늘을 보고있는데 태어날때가 되면 돌아서 내려올 것이라고 하셨고

(하늘을 보고있는 것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할줄은 이땐 몰랐지 ㅠㅠ)

자궁경부가 많이 부드러워져서 '예정일을 넘기지않고 / 조만간 낳겠다.'고 하셨다

더불어 낳아봐야 알겠지만 골반이 매우 좋다고!

 

예정일이 일주일남았던 시점인데 예정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에

하고싶었던것/먹고싶었던 것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클리어 하기로 결심하고

병원앞에서 떡볶이+튀김을 먹고 (그동안 튀김이 매우 먹고싶었으므로..)

코스트코에서 양이 낳고나서도 배에 바를 이집션 크림을 사고 집에 잠시 들렀다가

카카오의 하루에 들러 브라우니와 디카페인 라떼를 한잔!

그리고 신생아실에 넣어줄 각티슈와 당장 병원에서 쓸 거즈손수건이 없었던것이 생각나

한살림에 들러 두가지를 사고, 집에가서 손수건을 삶아두었다.

 

남편기다리며 집에 있으니 소화가 잘 되지 않는것같아서 

탄산수(정말 좋아하는데.. 임신기간내내 다합쳐도 반잔도 마사지 않았을...)를 한병사고

과자두개를 사들고 집에왔다. 이제 낳으면 못하니까 지금 마음껏!!! 이라는 마음으로ㅎㅎ

출장이어서 늦게 집에올 예정이었던 남편은 생각보다 일찍 집에왔고

남편은 밥을 한그릇, 속이 좋지않았던 나는 고구마 하나..두개를 먹고 노닥노닥.

 

 

7시 반쯤 부터 화장실 가고싶듯 배가 싸하게 아프기시작했다.

화장실에 가고싶은가?해서 화장실에가도 그다지 소식은 없고.

(그러다 몇번 자연관장 비슷한 과정이 있긴 했다. 다행히도!ㅠㅠ)

배가 아프긴한것같은데 가진통인지 진진통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서 그냥 있다가?

 

8시쯤 진통어플실행! 4분. 6분. 5분. 7분 들쭉날쭉간격이라.. 이거 진통아닌가봐하고

친구들에게 실시간 중계하며 침대에 누워있는데..

걱정되어서 옆에서 왔다갔다하는 남편은 애기태어나기전에 해야할일들 빨리하라고

서재방에 일하러 보내버렸다.

 

9시쯤 진통이 점점 세지는 느낌.. 조금아프다 누워서 쉴때 아픔이 가라앉으면 가진통이고

점점 세지면 진진통이라고 담당의사선생님이 그러셨는데?? 싶어 다시 진통어플실행해보니

이제 거의 6-7분 간격이라, 친구의 샤워하라는 이야기에 샤워하고 머리를 감았다.

샤워하는중에도 세번정도 진통이와서 진통올때마다 샤워를 멈추고 라마즈호흡을하며 ㅋㅋ

남편에게 샤워하고 준비해야겠다 말하니, 남편이 자기도 아기를 만나려면 깨끗하게해아하니

샤워를 하겠다고...(읭? 남편도 샤워하는거였나.. 나는 아기낳음 이제 못씻으니 씻는건데..)

샤워다하고나오는데 머리는 안감았길래 머리는 안감냐 물으니.. 다시들어가 머리도감겠다고!!!!!

(아니 아내가 배가아프다는데.. 이런남편 또있을까 ㅋㅋ)

 

10시쯤 배가 점점 강하게 아프기시작해서 다시 어플체크해서 5분안쪽 간격이면

병원가기로 마음먹고 어플실행했는데, 두번 체크하니 벌써 3분간격............

출산가방챙기고. 주차장내려가서 잊지않고 내차 블랙박스선도 뽑아놓고~ 출발!

가는길에 시원한게 자꾸만 먹고싶어 (아기낳음 못먹기도하고)

병원앞 맥드라이브에 들러 밀크쉐이크까지 한잔 샀다 ㅋㅋ

병원가면서 가장 걱정했던건 '이렇게 아픈데 가진통이니 집에가세요'하면 어쩌지

그리고 '10%밖에 진행안됐네요'하는 거였다. 남편은 지금가서 50%만 진행되어 있어도 좋겠다고..

 

10시반이 조금 넘어 분만실에 들어가니 우선 분만대기실에 누으라고하고

진행정도 체크. 남편은 밖에서 대기하고있었는데 체크하더니

간호사가 '엄마, 진행이 너무 많이 되었어요. 관장도 못해요.'하는 말에

얼마나 진행되었냐 물어보니 60%진행되었다고!!!

남편은 밖에서 기다리다 입원수속밟고오라고 주는 종이에 60%진행이라 되어있어 깜짝놀랐다고했다.

그리고 양가부모님들꼐 연락. 아기낳으러 왔다고. 원래 낳고 연락드리고 싶었는데..

그렇게 이야기했다가 엄청 어이없는 애 취급받아서ㅡ.ㅡ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바로 가족분만실로 옮겼다. 아기 맥박과 내 진통 체크하는 기계를 달고.

그때부터 내진/진통/내진/진통의 연속 ㅠㅠ

내진하다가 간호사가 양수를 터뜨렸는데.. 따뜻한 물이 왈칵 쏟아졌고

양이를 둘러싸던 양수가 사라져 아기의 움직임이 더 디테일하게 느껴졌다.

양수를 보던 간호사가 '엄마, 아기가 태변을 봤어요.'하고 말해서

태중에서 스트레스 상황에서 태변을 보고, 태변을 먹으면 심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했는데 간호사의 말이 별로 다급하게 느껴지지않아 그리 응급상황은 아니구나 하고 넘김...

 

11시반~12시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진행은 80.90.100프로로 쭉쭉 되어가는데

양이는 여전히 저 위에서 하늘을 보고 있다고 ㅠㅠ 12시전에 낳는게 목표였는데.

아......... 그상태로 1시간~1시간반을 계속 진통했다.

양수터뜨릴때까지만해도 진통그래프가 50정도찍는게 다였는데..

100프로 다 진행되고나니 진통오면 수치가 100ㅠㅠ 쉴때가 50.........

게다가 간간히 하는 내진까지..

 

진행이 끝나서 그런지 진통이오면 힘이 들어가서 힘이 들어간다고 이야기하니

이제 힘이 들어가면 힘을 줘도 된다고 하셔서.. 진통이 올때마다 힘을 주고-

양이 이제 내려오라고 몇번을 이야기하며 ㅠㅠ 부탁하며... 정말 힘들었다.

이때가 가장힘들었던것같다.. 아기가 내려오기를 기약없이 기다려야해서.. 언제끝날지모르니ㅠㅠ

 

갑자기 1시쯤되자 침대가 분만대로 변신.( 그와중에 '아 변신한다는게 이런거구나'했다.)

정말로 갑자기 간호사가 이제 힘주는 연습을 할거라며.

'아기가 내려왔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는 않고 내려왔으니 힘을주는거아니냐며..

그와중에 믿지못하고 정색하며 '혹시 아기는 안내려왔는데 힘들어하니 위로?하려고하는거아니냐고'

따지기까지 ㅋㅋㅋㅋ 정말로 너무 갑자기 힘주는 연습을 하자고 했기에-

그러고 간호사들이랑 힘주는 연습을 했다. (정말 힘들었지만 마지막이니까 더 열심히!)

 

힘주는 연습을 분만실에서 처음 해봤으면 좀 당황스러웠거나 제대로 하지못했을텐데

요가원에서도 몇번 해봤던 동작이었고, 또 라마즈교실에서도 해봤던 거라서 다행이었다.

(특히 라마즈 교실에서는 아빠들이 힘주는 동작을 연습해보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남편이 해보더니 어떻게 힘을주니 힘이 잘들어가더라.. 하는 디테일한 이야기를 해줬던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힘주기연습이 끝나고 담당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들어오시면 후광이 비친다던데-

그런건없었고 ㅎㅎ 그냥.. '아 이제 정말 마지막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그러고 다시 힘주기를 시작하는데.. 아기머리가 나오는데.. 정말 지금껏들어왔던 온갖비유들이.

'콧구멍에 수박낀느낌.' / '태양이 낀 느낌' 정말 주옥같은. 이런말들이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ㅋㅋㅋ 힘을줄수밖에없었다ㅠㅠ 아기머리가 껴서 힘안주면 내가아프니까.

아기 목이 나올때는 힘을 빼야하는데, 그 상황에선 힘을 빼는게 더 힘들다.

그리곤 어깨-몸-다리가 나올땐 정말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나올만큼

뭔가 따뜻하고 물컹한것이 내 몸을 빠져나왔고.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아기가 내 옆에 눕혀졌다. 그 후로 후처치가 시작되는데.. 

아기를 보고있으면 하나도 아프지 않다. 오빠는 정신없이 탯줄을 잘랐고. 너무 감동적이었다고했다.

 

후처치는 생각보다 아팠고 (따끔따끔.. 내가 자꾸 꼼지락거려서 마취를 다시 한번 더했다)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태반을 빼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아팠고. 빠져나가고나니 정말 시원했다.

 

 

진통중 이야기. 1.

 

진통하는 중에 할거라며 오빠 머리를 뜯는 연습을 했었는데..

머리는 뜯지못하고. 손을 자꾸만 꼬집었다.

진짜 세게 꼬집었을텐데. 입도 뻥긋하지 않았던 오빠에게 고마운마음이..

 

그리고 자꾸만 침대옆 구석에 서있으라며 몰아넣어서

그 길쭉한사람이 어정쩡하게 앉지도 서지도 못하며 그곳에서 두시간을 넘게 있었다.

 

 

진통중이야기. 2.

그리고 관장을 못했다는 생각때문인지,

아니면 진통과 화장실가고싶은 느낌을 구분을 못하는것인지.

제발 화장실 보내달라고 애원을 애원을...

 

근데 절대 보내주지 않고 자꾸 간이 변기?에보라고 ㅠㅠ

아니 남편도 옆에있는데 어찌 ㅠㅠ

그러나 막판엔 거기에 시도했으나 정말 '느낌'이었는지

집에서 했던 자연관장덕분인지 다행히도.........

 

 

출산후이야기. 1.

 

아이를 낳고나서 후처치하는동안 콩이에게 카톡이왔길래 답장을 해줬다.는 사실을 알고

다들 경악.... 꿰매고 있는데 어떻게 카톡하고있을 수 있냐며! ㅋㅋㅋㅋ

 

 

출산후이야기. 2.

 

양가부모님이 밤 11시쯤 모두 오셔서 분만실안으로는 못들어오시고

복도에서 대기하고계셨는데 비명소리/아기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서

간호사에게 진행중인것 맞냐고 몇번이나 확인하고

초산이니 오늘 밤은 넘기고 내일 아침쯤 낳겠다 싶어서 다들 그리 마음먹고 기다리고계셨는데

갑자기 신생아실로 향하는 양이가 등장해서 다들 깜짝놀랐다고.

 

진통을 하는 내내 소리를 한번도 지르지 않았다. 분만하는 순간에도.

별로 비명을 지르고 싶었던 마음도 들지 않았고, 비명이 나오지도 않았고,

또 양이 맥박이 떨어질까봐 계속 신경쓰고 있었는데

소리를 지르면 아기에게 산소공급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기억이나서

아기맥박이 더 걱정되었던 것 같다.

 

분만직후, 병실로 옮길때 휠체어를 타고 분만실에서 웃으며 나갔다.

웃고나오는 모습을 보시고 그이야기를 들은 아버님 '우리 며느리는 의지가 강한것같다'고 ㅋㅋㅋㅋㅋ

 

 

정말로 순산을 바라는 마음에서 임신기간동안 요가와 걷기운동을 꾸준히 했다.

(걷기도 슬렁슬렁 산책도 많이햇지만, 더운여름엔 헬스장에서 파워워킹도 많이 했다-)

순산해야 얼른 몸을 회복하고, 육아를 즐겁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몸성한사람도 힘들다고, 피곤하다고 죽어나는 신생아 육아를 즐겁게 하고싶었다.

아기가 작고 꼬물꼬물 예쁠때 너무 힘들어서 예쁘다는 생각도 못하고

힘들다,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며 지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는) 아기를 즐겁게 키우고 둘째도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임신하고파서.

 

물론 지금은 몸은 많이 회복되고 아기는 신생아실에서 24시간 케어해주는 조리원 2주차.

이번주 일요일 아가를 데리고 집에가면 상상도 하지못했던 새로운 헬게이트가 열리겠지-

남편과 나는 아기 100일까지 파이팅해보자며! 각자 비타민을 한통씩 주문했다 ㅋㅋ

 

남편과 나와 양이, 이제 세식구 즐겁게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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